빗줄기 세며 서 있는 가로등
/ 一滴 정광지
세찬 빗줄기 세어 빗겨내며
주룩주룩 눈물 흘리는 적단풍 목도리 삼아
아파트 광장 한 켠에 비켜서서
아스팔트 바닥을 튀어 오르는 빗방울들
홀로 내려다보고 있는 말 잃은 가로등
빗줄기 등판에 맞고 선
고즈넉한 차량들의 낯선 고통을
투명한 볼 위로 스쳐 내리는 눈물 흘려
고독한 눈길 반짝이며 아파해주고 있다
이 희부옇게 흐려진 삼경의 공허를 …
정적이 억척스런 빗소리 꿰어
젖어 번들거리는 광장에 털어내고 있는
흔들리는 망각의 시간
이 힘든 자리에 오직 홀로서서
현란한 빗줄기 세며 저렇게 밤을 지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