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현송구(諸賢頌句) ***
방거사의 게송(龐居士頌)
그대 다만 스스로가 만물에다 무심하면,
오만 물건 에워싼들 그 무엇이 방해런가.
무쇠 소는 사자 포효 눈 깜짝도 하잖느니,
그는 마치 나무 사람 꽃과 새를 보는 듯이.
나무 사람 본디부터 정이란 것 없을지니,
그 사람을 마주쳐도 꽃과 새는 놀라잖네.
마음 경계 변함 없기 다만 이와 같을지니,
이리 하면 보리도를 어이하여 근심하리.
굉지 선사가 병든 스님을 돌보다(宏智禪師省病僧)
오랜 벗과 푸는 회포 실로 가히 맘 아프니,
해 지나도 그저 홀로 열반당에 누웠구나.
과객 하나 발길 없고 창살만이 쓸쓸하며,
화로 속엔 흰 재만이 자리 위의 서리 같네.
병든 후에 그제서야 몸 괴론 줄 알았음에,
건강할 땐 하릴없이 뭄뚱이나 위했거니.
나에게는 본디부터 편히 쉬는 법 있으니,
여덟 고통 들볶아도 도무지가 자유롭네.
동산화상이 스스로 훈계하다(洞山和尙自誡)
아무 명예 구하잖고 아무 영광 바라잖고,
그저 다만 인연 따라 이 한 삶을 건넬지니.
세 치 기운 사라지면 그 누구가 주인인가,
평생 몸을 버린 후에 부질 없는 헛된 이름.
옷가지는 떨어진 곳 거듭거듭 꿰매 입고,
먹을 양식 없을 때는 두루두루 엮어 가리.
구름 같은 몸뚱이는 능히 몇 날 가겠는가,
그것 위해 헛된 일로 무명만을 길렀구나.
영지율사가 주지들에게 권하다(靈芝律師勉住持)
가슴 깊이 탄식할 새 이 내 말법 슬프나니,
그 누구도 불법 들어 펼치지를 않는구나.
글귀 한 줄 읽지 않고 앞에 나서 강설하고,
행각 일보 딛지 않고 은근 슬쩍 당(堂) 오르네.
돈 싸들고 절 구함은 미친 개나 진배 없고,
텅 빈 배에 교만함은 벙어리양 그것일세.
권하노니 후현들은 이런 짓 좀 그만두어,
지옥에서 받을 고통 조금이나 줄여 보소.
영지율사가 배우는 이들에게 권하다(勉學徒)
교법 듣고 참선함에 마음 놈은 겉노나니,
언제 한 번 고개 돌려 음미조차 않았구나.
지친 눈빛 내려앉자 그 앞길이 캄캄하니,
그제서야 한평생을 그릇되게 지냈음을.
불안 선사가 말한 행할 만한
열 가지 가운데 세 가지(佛眼禪師十可行中三節)
1. 예배(禮拜)
부처님께 하는 예배 교만 벗기 위함이니,
그로 인해 몸의 업은 청정함을 얻는것을.
현사 말씀 법다움에 귀의하여 공경하면,
다름 아닌 네 자신이 이참 사참 얻을지니.
2. 경행(經行)
반석 위로 숲 사이로 좁다란 길 뻗었으니,
공양 끝에 한가할 새 맘 가벼이 거니노라.
돌아와선 마음 맞는 도반에게 물어보길,
오늘 하루 그 무엇을 어찌하고 어찌했나.
3. 송경(誦經)
고요한 밤 삼경 깊어 홀로 앉아 경전 외니,
뜻 가운데 번뇌 없고 잠 귀신은 달아나네.
그리 비록 어둔 방에 보는 이가 없다 하나,
용과 하늘 거기 있어 귀기울여 듣는다네.
자수 선사가 스님에게
간병의 공덕을 권하다(靈巖石刻 勉僧看病)
넓은 사해 집도 없이 병든 몸의 사문 비구,
외론 등불 닿는 곳은 헤진 침상 머리맡쯤.
적적한 맘 있는 곳은 가느다란 이 신음 속,
미음과 약 구하느니 다름 아닌 도류 도반.
병든 사람 걸핏 하면 번뇌 망상 생기나니,
건강한 자 그대들이 측은지심 품을지다.
저도 이도 꿈 같은 몸 어찌 가히 보존하리,
노승이 쓴 게송 주어 총림에다 내보이네.
진정 문 선사의 게송(眞淨文禪師頌)
머리 깎다 칼날 위로 쌓인 눈에 문득 놀라,
그제서야 이 세월이 넉넉잖음 알게 되다.
생과 사를 벗어나서 힘써 부처 이룰진정,
내일이나 모레 아침 기다리지 말지니라.
번역/현진스님 [치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