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왕수보살계소(晋王受菩薩戒疏)***
사지절 상주국 태위공 양주총관제군사 양주자사 진왕제자 양광은
머리를 조아려 시방삼세의 모든 부처님과, 본사 석가여래와,
이 땅에 응당 내려오실 보처미륵과, 일체의 존귀한 경전 및
무량한 법보와, 초심 이상 금강 이하의 모든 존귀하신 큰 방편의
마하살타와, 벽지불 및 연각승처럼 홀로 해탈하여 깨달음을 밝힌
스물 일곱 현인과 성인인 타심통과 도안을 지닌 이들 내지 삼계의
최정상인 십팔범왕과, 육욕천자와, 제석천주와, 사대천왕과,
하늘신선 용신이 날아오르며 숨었다 나타났다 하면서 이 세계를
맡아 지탱하고 큰 이익을 지으며 탑을 수호하고 법을 보위하며
신명을 막아 지키고 깨끗한 계율을 보호하여 지키는 무량한
선신들에게 받들어 청하오니, 모두에게 원하건대 한 생각 사이에
부처님의 신비한 힘을 받들고 함께 도량에 모여 제자의 서원을
증명하시고 제자의 공덕을 받아들여 주옵소서.
가만히 생각건대, 식의 어두움이 가만히 싹 터 일어난 것이
곧 여래의 성품이건만 무명 속으로 굽어 떨어져서 본디 지니고
있던 것이 드러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니 이 모든 것이 이치와
운수가 돌아갈 바이므로 만물이 극에 달하면 곧 원래의 자리로
돌아가게 되는 것입니다.
당래(當來)의 과보를 드러내고자 하면 반드시 원인을 쌓아야 하니,
이는 조어세웅께서 삶과 죽음을 갖추어 겪었던 것이 모든
초목으로 산가지를 만들어 써도 모두 셈할 수 없고 항하의 모래를
모두 모아 일으켜도 진실로 사량(思量)하기 어려운 것과 같이,
번뇌에 깊이 물들어야만 비로소 염증을 내어 능히 여윌 수 있을
것입니다.
법왕께서 교화의 운을 열며 처음으로 보살을 교화하신 것은 비유컨대
해가 뜨면 제일 먼저 높은 산을 비추는 것과 같으며, 근기의 마땅한
바에 따르고 맞추어서 권도를 방편으로 삼은 것은 마치 저 여러
물줄기들이 모두 큰 바다로 향하는 것과 같습니다.
제자는 근본 적선을 승계하여 황가에서 태어나 황실의 가르침에
일찍 나아갔으며 태교에도 일찍이 젖어 들었으니 복록이 모두
모인 바라 할 것입니다만, 묘한 기밀을 모름지기 깨달아 작은
길에서 갈팡질팡 헤맴을 부끄러워하고 대승에 넉넉히 노닐기를
바라니 신기루의 성에서 머물러 쉼을 비웃으며 피안으로 배를 저어
갈 것을 맹세합니다.
다만 도를 일궈가는 선비의 만 가지 행위에서 계를 지키는 선행이
가장 먼저가 되고 보살의 십무진계(十無盡戒)에서도 전일하게 지니는
것이 최상이니, 비유컨대 궁실을 지음에 반드시 기초되는 터로부터
의지하여야지 다만 허공에 가설한다면 결국에는 이루지 못하는 것과
같습니다.
용렬하고 몽매함을 헤아리지 않고 또한 듣자오니 공자와 노자 및
석가 문중 모두는 녹여서 새로이 만들어 내는 것에 바탕하고 있으니
법칙과 위의가 있지 않다면 누가 장차 편안히 머무르고
우러러보겠습니까.
참으로 또한 석가능인께서는 본래 스님이 되셨고 문수사리께서도
가만히 아사리가 되셨으나 반드시 인간으로서의 스승이라는 신분에
의지하여 성스러운 가르침을 드러내어 전해 주셨습니다.
가까이로부터 먼 곳에 이르기까지 감응하면 마침내 통하는 것임에
살타파륜은 무갈에게 골수를 빻아 정성을 다하였고 선재동자는
법계에서 자신의 몸을 잊었으니, 경전에 분명한 문장이 있는데
감히 억지 얘기를 하겠습니까?
부처님의 말을 깊게 믿고 오직 밝은 인도를 좇을 뿐입니다.
천태 지의선사는 불법 가운데의 용상(龍象)이라, 동진으로 출가하여
계행의 구슬이 원만하고도 깨끗하며 나이가 곧 예순이 되고자
할 때 선정의 물결이 깊고도 잔잔하여 그 고요함으로 인해 지혜가
일어났으니, 거리끼는 말은 어디에도 없었으며 남을 앞세우고
자기를 뒤에 놓아 성대한 인기에도 겸양하였으니 그 명성이 널리
알려져 대중들이 아는 바일세, 제자가 그런 까닭으로 지극한 정성을
멀리까지 쏟아서 선박에 명하여 멀리에서 영접하게 함에 매번 인연이
어긋나서 머무르게 하기가 어려웠음을 두려워하였으나, 또한 이미
이르러 머물게 되자 마음길이 시원스레 뚫렸고 구름과 안개를
헤쳐주심에 미쳐서는 곧 번뇌가 사라졌습니다.
삼가 개황 11년 11월 23일인 지금, 총관 금성에서 1천 승려에게
소반(蔬飯)을 베풀고 공경히 선사에게 몸을 굽히니 보살계를 내려
주셨습니다.
계는 이름을 '효(孝)'라 하고 또는 '제지(制止)'라 하니, 방편과
지도(智度)로 어버이에게 귀의하여 받들기를 극진히 하고 이러한
수승한 복으로써 지존의 황후를 받들어 도와 큰 장엄을 지어서
여래의 자비와 같이 되게 하고, 모든 부처님의 사랑을 두루
미치게 하여 사생(四生)을 동등하게 봄이 마치 외아들처럼 여기게 하여
주십시오.
제자는 오늘로 라후라의 업을 심어 세세생생 불가에 환생하길 마치
일월등명불의 여덟 왕자나 대통지승여래의 열 여섯 사미와 같을 것이며,
권속의 인연으로 법을 이룬 무리들은 모두 유위의 흐름에서 벗어나
무위의 경지에 이르게 할 것이며, 육도(六度)를 균등하게 하고
사등(四等)을 자연스레 조화시켜 다함이 없는 중생을 끊임없이 제도하여
해탈하게 할 것이며, 처음 비롯하는 마음에 크나큰 서원을 맺어
마침내는 크나큰 자비로써 중생의 어려움에 나아가되 널리하고 멀리까지
함은 마치 가없는 법계처럼 하고 극진하고도 지극히 함은 마치 끝없는
허공처럼 하여 구족히 성취하게 함으로써 모두가 서원의 바다에
충만하여지이다.
양광이 합장하옵니다.
번역/현진스님 [치문]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