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09-07-14 14:25
[사찰문화실] [탱화와 후불도] 감로탱에 감추어진 미소
 글쓴이 :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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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로탱에 담긴 속내 -

연초 들어 벌써 두 번째 글을 쓰게 되었는데, 공교롭게도 죽음에 관한 것들이다. 어찌 보면 끊임없는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종교를 태동시켰고, 다양한 예술 행태를 창출하는 원동력으로 작용하였는지 모르겠다.
문화는 보편성을 획득했을 때 세계적이다. 서양도 예외는 아니어서 바티칸 성 베드로 성당에는 성 미가엘이 천상의 문 앞에서 한 영혼을 놓고 죄의 무게를 저울질하고 있으며(마치 업경대 앞에 선 영가와 같이), 옆에는 또 다른 천사가 판정이 끝난 영혼을 지장보살과 같은 역할을 담당하는 성 베드로에게 인계하고 있는 그림이 있다. 아울러 아래에는 불꽃 속에 타 죽는 영혼들이 불교의 지옥 장면을 연상시키고 있다.

우리 나라 불교의례의 특징 중 하나는 엄격한 3단 신앙체계를 고수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단은 주보처로 불ㆍ보살을, 중단은 신중단으로 상단 좌우측에 신중탱화를 봉안한다. 하단은 영단이라 하여 영가위패를 봉안하고 가운데에 감로탱화를 봉안한다.

상ㆍ중단이 일상의례에 관계된 것이라면 하단은 영가천도, 조상숭배 등 특별한 의식에 국한된다. 대체로 하단신앙의 소의경전은 『불설우란분경(佛說盂蘭盆經)』에 의거하고, 그 의례는 『유가집요구아난다라니염구궤경(瑜伽集要救阿難陀羅尼焰口軌經)』을 도설(圖說)화 했다.

감로는 고대 중국에서 성왕(聖王)의 인덕(仁德)에 감응할 때, 불교에서는 제천(諸天)이 불덕(佛德)을 찬미하여 내리게 하는 감미로운 불사(不死)의 약이라고 한다. 범어로는 불사ㆍ천주(天酒)라 번역되는 아밀리다(am rita)로 하늘에서 내리는 영약인 소마(soma:神酒)의 다른 이름이라고도 한다.
따라서 감로탱은 우리 나라의 조상숭배의식과 결합되어 널리 퍼졌던 『우란분경(于蘭盆經)』과 『목련경(目連經)』을 바탕으로 한 그림으로, 의지할 곳 없이 떠도는 영혼들에게 감로와 같은 법문을 베풀어 해탈시킨다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임을 알 수 있다.


- 감로탱의 구조 -

 보통 감로탱은 3단으로 구성된다. 하단에는 ‘육도윤회’와 ‘시왕도’에서 볼 수 있는 지옥의 풍경 및 중생들의 속세 일상이, 중단에는 지옥의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는 시식(施食) 절차와 승려들이 불덕(佛德)을 찬양하는 장면, 그리고 상단에는 아미타삼존을 포함한 칠여래(七如來)와 지옥중생을 맞이하여 극락세계로 인도해 가는 인로왕보살(引路王菩薩)의 모습이 그려진다.
이러한 상승적 구도는 중국 돈황석굴의 돈황관경도(敦煌觀經圖)에서도 보이고 있으나 독특한 표현과 주제에 있어서는 한국 불화만이 갖는 특징적 요소를 두루 구비하고 있다.


- 지옥도 세태 따라 변하네요 -

 감로탱에서 가장 흥미를 끄는 부분은 하단이다. 불화가 제작되면서 팔상도, 시왕도와 같이 당시 풍속상을 드러내는 경우도 있지만, 감로탱처럼 넓은 공간을 차지하는 예는 없다. 특히 18세기 후반의 감로탱에는 사당패 놀이, 장터 풍경, 투전 놀이 등 각종 속세의 정경을 담기도 하는데, 1939년 제작된 흥천사(興天寺) 감로탱은 전차, 전봇대, 전화기, 자동차, 양복을 착용한 인물, 서커스 공연 등 전대에는 볼 수 없었던 20세기 풍경이 등장한다.
뿐만 아니라 흥천사 감로탱이 제작되는 시기에 새롭게 등장한 사회문제가 있었으니, 1940년 2월 5일자 동아일보에 보도된 “전차에 의한 교통사고 사망자 증가”라는 기사도 있다. 이제 새롭게 교통사고로 사람을 죽이고 육도로 떨어진 중생이 등장하게 된 것이다. 이들은 지옥에서 어떤 형벌을 받을까. 혹 커다란 자동차 바퀴에 깔리는, 평생 핸들을 돌려야 하는 벌을 받지는 않을지….

이 당시 봉안된 감로탱은 당시 사회상을 그대로 반영하고 있음은 물론 기존에 사용하던 도상을 새롭게 창출, 서양화법을 화면 전체에 사용하기도 하였다. 계급사회에서는 양반이 가장 무서운 존재였고, 20세기 들어 일본 제국주의의 폐해가 심했던 시절에는 일본 순사가 가장 두려운 대상이었다면 역사의 아이러니일까?


글· 홍대한|목아불교박물관 학예 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