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로지 중생을 제도하고 해탈시키기 위해서 힘을 길렀고 여래와 같은 삼매(三昧)를 증득하여 무생법인(無生法忍)을 얻었지만 스스로의 성불보다 중생의 성불을 앞세우고 지옥의 불구덩이 속에 뛰어드는 일조차도 주저하지 않으신 분이 지장보살이시다. 이렇게 지장보살님의 근본 마음은 ‘성불하지 못하는 중생이 있으면 나도 성불하지 않겠다’고 하셨기에 대원본존(大願本尊) 지장보살이라고 부른다.
이 지장보살님을 본존으로 모신 전각을 지장전(地藏殿) 혹은 명부전(冥府殿), 시왕전(十王殿)이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명부전의 중앙에 본존인 지장보살을 중심으로 왼쪽에 도명존자(道明尊者)를, 오른쪽에는 무독귀왕(無毒鬼王)을 봉안하여 삼존을 이루고 그 좌우에 명부시왕상을 안치한 다음 시봉을 드는 동자상(10위)과 판관(判官, 2인), 기록과 문서를 담당하는 녹사(錄事, 2인), 문입구를 지키는 장군(將軍 2인)을 마주보게 배치하여 29체(體)의 존상을 갖춘다.
그리고 지장보살상의 뒤에는 지장탱화를 봉안하고, 시왕의 뒤편으로는 시왕탱화를 봉안하게 된다. 지장탱화의 도설(圖說)내용은 지장삼부경(地藏菩薩本願經·地藏十輪經·占察善惡業報經)에 의하며, 일반적으로 중앙의 지장보살상을 중심으로 도명존자와 무독귀왕의 양협시를 도설하고 좌우에 명부시왕·판관·녹사·사자·장군·졸사와 호법 사천왕 등을 도설한다.
현재 많은 지장탱화가 전하고 있으며 그 중에 조선 경종 4년(1724)에 조성된 정수사(淨水寺) 조계암(曹溪菴)의 지장시왕도는 고려 불화의 전통을 이어받은 그림으로 채색이 단아하고 격조가 높으며 구성과 상호 등이 뛰어난 안정감을 보여주는 귀중한 성보(聖寶)로 주목할 만하여 도해를 통해 교의적 함의를 알아 본다.
연화좌 위에 크게 나타낸 본존 지장보살(1)은 당당하고 안정감 있게 표현되어 있다. 지옥문을 깨트리고 견고한 보리심의 종자를 길러주는 석장(錫杖 또는 六環杖)은 직접 들지 않고 오른쪽 광배 속에 세워 놓은 것이 특이하며, 왼손의 여의보주(如意寶珠)는 어둠을 밝혀 주고 무량한 공덕의 보물로 무량 중생을 구제하는 작용활동을 나타낸다.
보관과 영락의 장엄한 일반적인 보살상과는 달리 지장보살은‘지장십륜경’의 내용에 따라 삭발한 스님의 모습으로 그려진다. 좌협시의 도명존자(2)는 명부세계를 경험하고 지장보살의 협시가 되었고, 무독귀왕(3)은 지장보살의 본생담 속의 안내자로 등장하는 재수(財數)보살의 전신이다.
도명존자의 옆으로는 명부 시왕인 제1진광대왕(4)이 시립해 있다. 진광대왕은 전광불을 원불로 하며, 착하고 의로운 일에 종사토록 권하면서 방탕하고 불효적악하면 도산지옥에서 과보를 받게 한다.
제2초강대왕(5)은 약사불을 원불로 하며, 부부간에 화순하고 친구간에는 신의로 사귀고 불의의 행을 하지 않기를 권하며 악행에 종사하면 화탕지옥에서 고통을 받게 한다. 제3송제대왕(6)은 현겁천불을 원불로 귀의하였고 한빙지옥을 관장하면서 가난하고 힘든 이들에게 도움을 베풀기를 권하고 있다. 제4오관대왕(7)은 아미타불께 귀의하여 음해하면 검수지옥에서 그 과보를 받게 한다고 하였다. 시왕 중 중심인 제5염라대왕(8)은 지장보살님께 발원, 귀의하였으며 발설지옥을 관장하면서 남의 재물에 대한 탐심을 버리고 참되게 살기를 권한다.
제6변성대왕(9)은 대세지보살님을 원불로 하며, 음해나 주색도박을 금하고 중생구제하여 덕을 쌓기를 권하고 독사지옥을 관장하시는 분이다.
제7태산대왕(10)은 관세음보살님께 귀의하였으며 촤마지옥을 관장하면서 시비송사로 타인을 괴롭히는 일을 금하도록 권한다. 제8평등대왕(11)역시 불의의 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면서 중생구제에 뜻을 두도록 권한다.
비로자나불을 원불로 하며 추해지옥을 관장한다. 제9도시대왕(12)은 약왕보살을 원불로 철상지옥을 관장하면서 빈민구제를 권하고 있다.
그리고 제10오도전륜대왕(13)은 석가여래를 원불로 흑암지옥을 관장하며 모든 은혜를 잊지 말기를 권한다. 그와 함께 시왕의 권속들인 판관(14, 15), 귀왕(16, 17), 사자(18, 19), 동자(20, 21) 등이 지장시왕도의 전체를 이루어 지장보살님의 대비한 육도 중생 구제의 본원을 한층 더 전개하면서 중생들의 삶에 무한한 풍요를 부여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