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호까지는 부처님의 일생을 시각화한 팔상성도 벽화를 살펴 보았다. 이번 호부터는 선(禪)의 수행단계를 소와 동자에 비유하여 도해한 십우도(十牛圖)를 보기로 하자.
사찰을 찾았을 때 주존이 모셔진 법당의 외벽에 일반적으로 가장 많이 그려지는 벽화가 팔상도와 십우도이다.
십우도는 중생이 본래 갖추고 있는 청정한 성품을 소에 비유하여 일찍부터 선가(禪家)에서는 마음 닦는 일을 소 찾는[尋牛] 일로 불러 왔다. 소의 상징은 참생명, 참 나 그 자체를 뜻한다. 그러므로 소를 찾는다 함은 바로 ‘나는 누구인가?’ 하는 근본적인 질문을 할 수 있도록 신행자를 이끄는 것이기도 하다. 그리고 이를 열 단계로 나누어 놓았기 때문에 십우도라고 부른다.
십우도는 송(宋)의 보명(普明)의 십우도와 곽암(廓庵)의 십우도 등 두 종류가 우리나라에 전래되었다. 조선시대까지는 이 두 가지가 함께 그려졌으나 최근에는 곽암의 십우도가 주로 그려지고 있다.
이번 호에는 십우도 가운데 발심수행자가 열의로써 공부에 임하는 것을 상징하여, 소를 찾는 동자가 고삐를 들고 산 속을 헤매는 모습으로 묘사 되는 첫 번째의 심우와, 순수한 열의를 가지고 꾸준히 공부를 하다 보면 본성의 자취를 어렴풋이나마 느끼게 된다는 것을 소의 발자국으로 상징하여 그린 두 번째의 견적을 그림과 그에 대한 곽암 선사의 게송을 함께 살펴 보겠다.
1) 심우(尋牛: 소를 찾아 나서다)
아득히 펼쳐진 수풀 헤치고
소를 찾아 나서니
물 넓고 산 먼데 길은 더욱 깊구나.
힘 빠지고 마음 피로해
찾을 길 없는데
단지 들리는 건 늦가을 단풍나무
매미 소리뿐.
이 말을 해설하면, “수풀 우거진 광활한 들판을 헤쳐 나가는 것처럼, 길도 없는 산 속에서 헤메는 것처럼, 본심(本心)을 찾는 건 아득하다. 엄습해 오는 절망과 초조감, 들리는 건 처량하게 우는 늦가을 해질녘의 매미 소리뿐”이라는 것이다.
우리의 청정 자성(淸淨自性)을 찾는 길은 차라리 시작조차 하지 않았더라면 더 좋았을 것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좌절감에 사로잡히는 순간이 있음을 역대의 많은 조사스님의 일화를 통해 알 수 있다.
그러나 조사들께서는 바로 그 순간이 오히려 진정한 탐구의 시작이었음을 체험을 통한 지혜로 일러 주신다.
그래서 십우도에 그려지는 주인공은 소년(동자)의 모습으로 표현되는 것이다. 이러한 표현은 『화엄경』 『입법계품』에 나오는 선재동자와도 의미가 상통한다.
즉, 불필요한 많은 정보들로 가득 채워진 어른의 모습이 아닌 사춘기의 소년과 같이 정신과 신체가 새로운 변화를 맞이하면서 과거로 부터의 구속감 없이 순수한 마음으로 오롯하게 탐구해 나가는 데 필요한 자세와 마음가짐을 강조하기 위하여 동자의 모습으로 그려지는 것이다.
동자가 쥐고 있는 고삐는 정진력을 상징하고 수풀은 우리가 욕망으로 인해서 소(本性)를 잃어버린 곳임을 게송을 통해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