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 몸과 접촉의 경계
아난아! 네가 밝힌 것과 같이 '몸과 접촉이 인연이 되어서 몸의 인식이 생긴다'고 하 나니 그 인식은 몸으로 인하여 생기는 것이므로 몸으로 경계를 삼아야 한다고 생각하느 냐? 아니면 접촉으로 인하여 생기는 것이므로 접촉으로 경계를 삼아야 한다고 생각하느 냐? 아난아! 만약 몸으로 인하여 생기는 것이라면 반드시 합해지고 나눠지는 두 가지를 깨 닫게[覺觀]할 인연이 없으리니 몸이 무엇을 알겠느냐? 만약 접촉으로 인하여 생긴 것이라면 반드시 너의 몸이 없어야 하리니 어찌 몸도 아닌 것이 합하고 나뉘어짐을 알겠느냐? 아난아! 물질이 접촉하여도 알지 못하고 몸이라야 접촉이 있음을 아나니 몸을 안다면 곧 그것은 접촉하는 놈이고 접촉함을 안다면 곧 그것이 몸이니, 그렇다면 곧 접촉하는 놈 이라면 몸이 아니고 몸이라면 접촉하는 놈은 아니다. 몸과 접촉하는 놈이 두 가지는 본래 처소가 없는 것이다. 몸에 합하면 곧 몸 자체의 성품이 되고 몸에서 떠나면 곧 허공과 같은 모양이므로 안과 밖이 이루어지지 않거니 중간이 어떻게 성립되겠느냐? 중간이 성립 되지 아니하면 안과 밖의 성격이 빌 것인데 너에게 인식하는 것이 생긴다고 한들 어 데를 좇아 경계가 성립되겠느냐? 그러므로 마땅히 알아야 한다. 몸과 접촉하는 것이 인연이 되어서 몸과 인식의 경계 가 생긴다고 하는 세 가지는 모두 없는 것이어서 몸과 접촉하는 것 그리고 몸의 경계, 이 세 가지는 본래 인연이 아니며 자연도 아닌 성품이니라.
[12] 생각과 법의 경계
아난아! 네가 밝힌 것과 같아서 '뜻과 법진(法塵)이 인연이 되어서 의식(意識)이 생긴다 '고 하는데, 그 의식은 뜻으로 인하여 생기는 것이라서 뜻으로 경계를 삼아야 한다고 생 각하느냐? 아니면 법진(法塵)으로 인하여 생기는 것이라서 법진으로 경계를 삼아야 한다 고 생각하느냐? 아난아! 만약 뜻으로 인하여 생긴 것이라면 네 의중(意中)에는 반드시 생각하는 것이 있어서 너의 뜻을 나타나게 하리니 만약 앞의 법진(法塵)이 없으면 뜻이 생길 곳이 없을 것이다. 대상을 여의고서는 형상이 없는 것이거니 의식을 어디다 쓰겠느냐? 또 너는 의식하는 마음과 모든 생각으로 헤아리는 것과 겸하여 분명하게 분별하는 성품 이 같다고 생각하느냐 다르다고 생각하느냐? 뜻과 같으면 그것이 곧 뜻일 터이니 어떻게 생긴 것이며 뜻과 다르면 같지 아니하므로 응당 인식하는 것이 없어야 하리니, 만약 인 식할 것이 없으면 어떻게 뜻이 생긴다고 하겠으며, 만약 인식할 것이 있다면 어떻게 의식 (意識)이라고 하겠느냐? 같거나 다르거나 한 두 성품이 성립됨이 없으니 경계가 어떻게 성립되겠느냐? 만약 법진으로 인하여 생기는 것이라면 세간의 모든 법이 다섯 가지 대상을 벗어나지 못하나니 너는 빛, 소리, 향기, 맛, 접촉을 살펴 보아라. 모양이 분명하여 다섯 가지 감 각기관을 상대할지언정 뜻의 간섭을 받는 것은 아니니 너의 의식이 결정코 법에 의해서 생기는 것이라면 너는 지금 자세히 보아라. '법진'이라는 그 법은 어떤 모양이더냐? 만약 밝고 어둡거나 움직이고 고요하거나 통하고 막혔거니 그대로 있고 변하거나 합하 고 떠나거나 함을 벗어나면 이 여러 가지 모양을 뛰어 넘고서는 마침내 얻을 것이 없으 리니 생긴다면 물질이나 허공 등의 모든 법(法)이 생겨날 것이고 없어진다면 물질이나 허 공 등의 모든 법이 없어지느니라. 인연하는 것이 이미 없거니 인연으로 해서 의식이 생기는 것이 어떤 형상이 되겠느냐? 모양이 없으면 경계가 어떻게 생기겠느냐? 그러므로 마땅히 알아야 한다. 뜻과 법진이 인연이 되어서 뜻이 인식하는 경계가 생 긴다고 하는 세 가지는 모두 없어서 뜻과 법진 그리고 뜻의 경계, 이 세 가지는 본래 인연이 아니며 자연도 아닌 성품이니라.
[13] 아난이 발하여 일으키다
아난이 부처님께 아뢰기를 "세존이시여! 여래께서 늘 화합과 인연에 대하여 말씀하시기 를 '일체 세간에 갖가지 변화가 모두 네 가지 원소의 화합으로 인하여 드러난다'고 하셨는 데 어찌하여 여래께서 인연과 자연 두 가지 다 아니라고 배척하셨습니까? 제가 지금 그 뜻이 의미하는 바를 알지 못하겠습니다. 바라옵건대 가엾게 여기시어 중생들에게 중도의 또렷한 이치를 보이시와 장난같은 논리에 빠짐이 없도록 하여 주시옵소서." 그 때에 세존이 아난에게 말씀하시기를 "네가 앞에서 성문(聲聞)과 연각(緣覺)의 모든 소승법(小乘法)을 싫어해서 발심하여 무상보리(無上菩提)를 성실하게 탐구하므로 내가 지 금 너에게 제일의제(第一義諦)를 열어 보였거늘 어찌하여 또다시 세간의 장난같은 논리인 망상의 인연에 스스로 얽매이느냐? 네가 비록 많이 들었다고는 하나 마치 약을 말하는 하 는 사람이 참다운 약이 앞에 있는데도 이를 분별하지 못하는 것과 같으니 여래가 진실 로 너를 가련하다고 하신 것이니라." 너는 지금 자세히 들어라. 내 마땅히 너를 위하여 분별해서 열어 보이며 또한 장래에 대승을 닦을 자들로 하여금 실상을 통달하게 하겠다. 아난이 잠자코 부처님의 훌륭한 가르침을 받들었다. 아난아! 네 말과 같아서 '네 가지 원소[四大]가 화합하여 세간의 갖가지 변화를 일으킨다'고 하니, 아난아! 만약 저 원소 [大]의 성품 자체가 화합이 아니라면 모든 원소와 섞일 수 없음이 마치 허공의 모든 물질 이 화합할 수 없는 것과 같고, 만약 화합할 수 있다면 변화함과 같아서 처음과 끝이 서 로 이루어지며 나고 없어짐이 서로 이어져서 났다가는 죽고 죽었다가는 나며 나고 죽고 죽음이 마치 화륜(火輪)이 도는 것과 같아서 쉼이 없으리라. 아난아! 마치 물이 얼음이 되었다가 얼음이 다시 물이 되는 것과 같나니라.
[14] 흙이라는 원소
네가 땅의 성품을 살펴 보아라. 큰 것은 큰 땅덩이가 되고 작은 것은 미세한 먼지가 되나니, 인허진(隣虛塵)에 이르러서는 아주 지극히 작은 색변제상(色邊際相 : 지금의 분 자)을 일곱 등분으로 쪼개어서 이루어진 것이니 다시 인허진을 쪼갠다고 한들 어찌 참다 운 허공의 성품이야 되겠느냐? 아난아! 만약 저 지극히 작은 먼지를 쪼개어 허공이 된 다면 허공도 물질의 모양을 생겨나게 한다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니라. 네가 지금 '화합으로 말미암아 세간에 모든 변화하는 현상이 생기지 않느냐'고 물었으니 너는 우선 이 하나의 지극히 작은 먼지를 보아라. 몇 개의 허공이 합해져서 이루어진 것 이냐? 응당 지극히 작은 먼지가 합해져서 지극히 작은 먼지가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또 지극 히 작은 먼지를 쪼개어 허공이 된다면 얼마나 되는 물질이 합해서 허공이 되었겠느냐? 만약 물질이 합해졌을 경우 물질이 합해진 것이지 허공은 아니며 만약 허공이 합해졌을 경우 허공이 합해진 것이지 물질은 아니니, 물질은 오히려 쪼갤 수가 있지만 허공이야 어 떻게 합할 수가 있겠느냐? 너는 원래 알지 못하는구나. 여래장 가운데 성품이 물질인 참다운 허공과 성품이 허 공인 참다운 물좇 청정하고 본래의 자연 그대로여서 이 우주에 두루하여 중생의 마음을 따라 아는 바 정도에 응하여 업보대로 나타나거늘 세간 사람들은 지식이 없어서 인연과 자연의 성품이라고 픽ㅗ構 있으니 이는 다 식심(識心)으로 분별하고 헤아리는 것이므로 다만 말이 있을 뿐이지 실제 이치는 전연 없는 것이니라.
[15] 불이라는 원소
아난아! 불이라는 원소[火大]의 성품은 실체가 없어서 모든 인연에 붙어야만 하나니 너 는 이 성 안에 밥을 먹지 아니한 집을 보아라. 밥을 지으려고 할 적에 손에 양수(陽燧)를 들고 햇볕 앞에서 불을 구하나니 아난아! 화합이라고 이름한다면 이는 마치 내가 너희들 一千二百 五十비구들과 지금 한 무리가 된 것과 마찬가지니 그 무리는 비록 하나이나 그 근본을 따지면 각각 몸이 다르며 모두 태어난 씨족과 그 이름이 따로 있으니 사리불은 바라문 종족이고 우루빈나는 가섭바(迦葉波)종족이고 그리고 아난은 구담(瞿曇)의 종성인 것과 같나니라. 아난아! 만약 불의 성품이 화합으로 인하여 있는 것이라면 저 손이 거울을 잡고 햇 빛에서 불을 구할 적에 그 불은 거울 속에서 나오는 것이냐 쑥에서 나오는 것이냐 아니 면 해에서 나오는 것이냐? 아난아! 만약 해에서 나왔다면 자연 네 손에 있는 쑥을 태울 적에 거쳐 오는 곳의 숲과 나무가 모두 타야 할 것이며, 만약 거울에서 나온 것이라면 거울에서 나와 쑥을 태울 수 있는 것인데 거울은 어찌하여 녹지 않느냐? 네 손에 들려 있으면서도 오히려 뜨겁지도 아니하니 어떻게 녹겠느냐? 만약 쑥에서 생긴 것이라면 어 째서 해와 거울의 빛이 서로 닿은 다음에야 불이 생기느냐? 너는 또 자세히 보아라. 거울은 손에 들려 있고 해는 하늘에서 오며 쑥은 땅에서 난 것 인데 불은 어느 곳으로부터 여기에 온 것이냐? 해와 거울이 거리가 멀어서 화합한 것이 아니니 그렇다고 불꽃이 나는 데가 없이 저절로 생긴 것도 아니니라. 네가 오히려 알지 못하는구나! 여래장 속에 성품이 불인 참다운 허공과 성품이 허공 인 참다운 불이 청정하고 본래 자연 그대로여서 우주에 두루 퍼져 있으면서 중생의 마음 을 따라 아는 바의 정도에 따라 응하는 것이다. 아난아! 마땅히 알아야 한다. 세상 사람 들이 한 곳에서 거울을 들면 한 곳에 불이 생기고 우주에 골고루 들고 있으면 온 세상 에 가득하게 일어날 것이다. 온 세상에 골고루 생기는데 어찌 장소가 따로 있겠느냐? 업 보에 따라 나타나는 것이거늘 세상 사람들은 지혜가 없어서 인연과 또는 자연의 성품으로 의혹하고 있으니, 이는 다 의식하는 마음으로 분별하고 생각하여 헤아리는 것이다. 다만 말로만 있을 뿐이지 실제 의미는 전연 없나니라.
[16] 물이라는 원소
아난아! 물의 성품은 일정하지 않아서 흐르고 그치는 것이 항상함이 없나니라. 시라 벌성에 가비라(迦毘羅)신선과 작가라(斫迦羅)신선과 발두마(鉢頭摩)와 하살다(訶薩多)등의 환술사 들이 달[太陰]의 정기를 구하여 그것으로 환술의 약을 화합할 적에 그 환술사들 의 달밝은 밤중에 손에 방저(方諸)를 들고 달 속의 물을 받는데 그 물은 구슬 속에서 나 온 것이냐 공중에서 저절로 생긴 것이냐 아니면 달에서 온 것이냐? 아난아! 만약 달에서 온 것이라면 오히려 먼 곳에 구슬로 하여금 물이 생기게 할 수 있 는 것이거니 그렇다면 경과하는 곳의 숲과 나무가 다 물이 흘러야 하리니 물이 흐른다 면 어찌하여 방저(方諸)에서 생기기를 기다릴 것이며 흐르지 않는다면 물이 달에서 오 는 것이 아님이 분명하다. 만약 구슬에서 나오는 것이라면 그 구슬 속에 항상 물이 흐르리니 어찌하여 밤중에 밝은 달빛을 받을 필요가 있겠느냐? 만약 허공에서 생긴다면 허공의 성품이 변두리가 없으므로 물도 마땅히 한계가 없어서 인간으로부터 하늘에 이르기까지 다함께 물에 잠길 것인데 어찌하여 다시 물과 육지와 허공의 구별이 있겠느냐? 너는 다시 자세히 보아라. 달은 하늘에 떠 있고 구슬은 손에 들려 있고 구슬의 물을 받 는 쟁반은 본래 사람이 설치해 놓은 것이니 물은 어디로부터 여기에 흐르느냐? 달과 구 슬은 거리가 서로 멀어서 화합한 것이 아니니 물의 정기가 오는 데가 없이 저절로 생기 지는 아니할 것이다. 너는 아직도 알지 못하는구나! 여래장 가운데 성품이 물인 참다운 허공과 성품이 허 공인 참다운 물이 청정한 본래의 자연 그대로여서 우주에 두루하여 중생의 마음을 따라 서 아는 바의 정도에 따라 응하나니 한 곳에서 구슬을 잡으면 한 곳에 물이 나오고 온 우주에서 두루 잡으면 우주에 가득하게 생긴다. 세상에 가득하게 생기는데 어찌 장소가 따로 있겠느냐? 업보를 따라 나타나는 것이거늘 세상 사람들은 지혜가 없어서 인연과 또는 자연의 성품으로 의혹하고 있으니 이는 다 의식하는 마음으로 분별하고 헤아리는 것 이다. 다만 말만 있을 뿐이지 실제 의미는 전연 없는 것이다.
[17] 바람이라는 원소
아난아! 바람의 성품은 실체가 없어서 움직이고 고요함이 일정하지 아니하다. 네가 옷 깃을 여미고 대중에게 들어갈 적에 가사 자락이 펄럭여서 곁에 있던 사람에게 미치면 곧 가벼운 바람이 그 사람의 얼굴에 스치리니 그 바람은 가사에서 나오느냐 허공에서 생 겼느냐 그 사람의 얼굴에서 생겼느냐? 만약 허공에서 생긴다면 네 옷이 펄럭이지 아니 하였을 적에는 어떤 연고로 바람이 스치지 않느냐? 허공의 성품은 항상 있는 것이므로 바 람도 마땅히 항상 있어야 할 것이며 바람이 없을 적에는 허공이 마땅히 없어져야 할 것 이다. 그러나 바람이 없는 것은 알 수가 있지만 허공이 없어지는 것은 어떤 모양일까? 만약 생기거나 없어짐이 있다면 허공이라고 이름하지 못할 것이고 허공이라고 이름한다면 어찌하여 바람이 나오겠느냐? 만약 바람이 그 사람의 얼굴에서 저절로 생기는 것이라면 그 사람의 얼굴에서 생기는 것이므로 마땅히 네게로 불어와야 할 것인데 네가 옷을 여밀적에 어찌하여 바람이 꺼꾸 로 부느냐? 너는 자세히 보아라. 옷을 여미는 것은 너에게 있고 얼굴은 저 사람에 속해 있으며 허 공은 고요하여 요동하지 않는데 바람은 어느 곳으로부터 불어오는 것이냐? 바람과 허공 은 성품이 서로 통하지 아니하므로 화합이 아니니 바람이 어디서부터 온 데가 없는데 저절로 생기지는 않았을 것이니라. 너는 완전하게 알지 못하는구나. 여래장 속에 성품이 바람인 참다운 허공과 성품이 허 공인 참다운 바람이 청정하고 본래 자연 그대로여서 우주에 두루해서 중생들의 마음으 로부터 아는 바 정도에 따라 응하나니 아난아! 만일 너 한 사람이 의복을 약간 펄럭이 면 가벼운 바람이 나오고 우주에 골고루 펄럭거리면 우주에 가득하게 생기나니 세상에 골고루 생기는데 어찌 장소가 따로 있겠느냐? 업보를 따라 나타나거늘 늘 세상 사람들은 지혜가 없어서 인연과 또는 자연의 성품으로 의혹하나니 이는 다 의식하는 마음으로 克건 構 헤아림이니 다만 말로만 있을 뿐이지 실제 의미는 전연 없는 것이다.
[18] 보는 원소
아난아! 보고 깨닫는 것이 앎이 없어서 물질과 허공으로 인하여 생기나니 네가 지금 기타림에 있을 적에 아침에는 밝고 저녁에는 어두우며 설사 밤중이라도 보름달이 비출 적에 환하고 그믐에는 어두운데 그 밝고 어두운 것들을 보는 것으로 인하여 분석하나니, 보는 것이 밝고 어두운 형상과 아울러 큰 허공과 똑같이 한 덩어리이냐 한 덩어리가 아니 냐? 혹 같기도 하고 같지 않기도 하며 혹 다르기도 하고 다르지 않기도 하느냐? 아난아! 그 보는 것이 밝음과 어두움, 그리고 큰 허공으로 더불어 본래 한 덩어리라면 밝고 어두운 두 가지 실체가 서로 없어서 어두울 적엔 밝음이 없어지고 밝을 적엔 어두움 이 없어지리라. 만약 어둠과 한 덩어리라면 밝은 적에는 마땅히 보는 놈이 없어질 것이며 반드시 밝 음과 한 덩어리라면 어두울 적에는 마땅히 보는 놈이 없어질 것이다. 없어지면 어떻게 밝 음과 어두움을 보겠느냐? 만약 밝음과 어두움은 다르다고 할지언정 보는 놈은 생기고 없 어짐이 없을 것인데 한 덩어리가 어떻게 성립되겠느냐? 만약 이와 같이 보는 정기가 밝음과 어둠으로 한 덩어리가 아니라면 너는 밝음과 어 둠 그리고 큰 허공을 여의고서 보는 놈의 근원을 분석해 보아라. 어떤 모양이겠느냐? 밝음을 여의고 어두움을 여의며 그리고 허공을 여의면 보는 놈은 본래 거북의 털이나 토 끼 뿔과 같을 것이니 밝음과 어두움 그리고 허공, 이 세 가지가 다 다르다면 무엇으로 인하여 보는 놈이 성립되겠느냐? 밝음과 어두움은 서로 배치되는데 어떻게 같다고 하겠으며 세 가지를 다 여의면 본래 없는데 원래 없는 것은 어떻게 다르다고 하겠으며, 허공을 보는 놈을 나눈다면 본래 한계 가 없는데 어떻게 같지 않다고 하겠으며, 어두움도 보고 밝음도 보아서 보는 성품이 변하 여 바뀌지 않는데 어떻게 다르지 않다고 하겠느냐? 너는 다시 자세하게 살펴 보아라. 밝음은 태양으로부터 오고 어두움은 달이 없는데서 오 며 통함은 허공에 속하고 막힘은 대지(大地)로 돌아간다. 이와 같아서 보는 정기는 어디로 인하여 생기느냐? 보는 것은 깨달음이고 허공은 완고한 것이어서 화합이 아니니 보는 정기가 어디서부터 저절로 생겨나는 것이 아니니라. 오묘하게 보고 듣고 아는 것이 그 성품이 원만하고 두루 하여 본래 동요하는 것이 아니다. 마땅히 알아야 한다. 변두리가 없고 동요하지 않는 허공 과 동요하는 흙, 물, 불, 바람을 아울러 여섯 가지 원소라고 이름하나니 성품이 참되고 원융하여 모두가 여래장이므로 본래 생기고 없어짐이 없나니라. 아난아! 너의 성품이 잠겨 빠져서 네가 보고 듣고 깨달아 아는 것이 본래 여래장임을 알지 못하나니 너는 마땅히 이 보고 듣고 깨달아 아는 것을 관찰해야 한다. 생기더냐 없어지더냐 같더냐 다르더냐 생기는 것도 없어지는 것도 아니냐 같음도 다름도 아니냐? 너는 전혀 알지 못하는구나. 여래장 가운데 성품이 보는 것인 참다운 허공과 성품이 허공인 참다운 봄이 청정하고 본래 자연 그대로여서 우주에 두루하여 중생의 마음을 따라서 아는 바 정도에 따라 응하나니, 이는 마치 하나의 보는 놈이 우주를 두루보는 것 처럼 듣는 놈, 냄새맡는 놈, 맛보는 놈, 접촉하는 놈, 그리고 깨달아 아는 놈이 오묘한 덕이 밝아서 우주에 두루하고 시방에 원만하거니 어찌 장소가 있겠느냐? 업보를 따라나 타나는 것이거늘 세상 사람들은 지혜가 없어서 인연과 그리고 자연의 성품으로 의혹하나 니 이는 다 의식하는 마음으로 분별하고 헤아리는 것이니 다만 말로만 있을 뿐이지 실제 의 의미는 전연 없나니라.
[19] 의식이라는 원소
아난아! 의식의 성품은 근원이 없어서 여섯 가지의 감각기관과 그 대상으로 인하여 허 망하게 생기나니라. 네가 지금 이 모임의 성스러운 대중들을 두루 살필 적에 눈으로써 차례로 둘러보는데 그 눈이 둘러보는 것은 다만 맑은 거울과 같아서 별달리 분석할 것이 없겠지만 너의 의 식은 속에서 차례로 지목하기를 이는 문수이고 부루나이며, 이는 목건련이고 수보리이며, 이는 사리불이라고 할 것이니라. 그렇게 아는 의식이 보는 놈에서 생기는 것이냐 대상에서 생기는 것이냐 허공에서 생기 는 것이냐 까닭없이 돌연히 나오는 것이냐? 아난아! 만약 너의 의식의 성품이 보는 가운데에서 생긴다면 밝고 어두운 것과 물질과 허공은 없을 것이다. 이 네 가지가 반드시 없으면 따라서 너의 보는 것도 없어지리니 보 는 성품도 오히려 없거니 무엇으로부터 의식이 발생하느냐? 만약 너의 의식하는 성품이 대상 속에서 생기고 보는 것을 따라 생기는 것이 아니라면 이미 밝음도 보지 못하며 어 두움도 보지 못해서 밝고 어두움을 보지 못하면 곧 허공과 물질이 없으리니 그 대상도 오히려 없거니 의식이 무엇으로부터 발생하겠느냐? 만약 허공에서 생겼다면 대상도 아니고 보는 놈도 아닐지니 보는 놈이 아니라면 분별 함이 없어서 자연 밝음도 어두움도 허공도 물질도 알지 못할 것이며, 대상이 아니라면 인 연이 없어져서 보고 듣고 깨닫고 알고 하는 것이 편안하게 성립할 곳이 없을 것이다. 대 상도 아니고 보는 것도 아닌 데에 있다고 한다면 허공은 없는 것과 같을 것이고 있다고 하더라도 물질의 형상과는 같지 않을 것이니 비록 너의 의식이 발생한다한들 무엇을 분별 하겠느냐? 만약 원인도 없이 돌연히 나온 것이라면 어찌하여 한낮에는 밝은 달을 인식하지 못하 느냐? 너는 다시 세밀하고 자세하게 살피고 관찰하라. 보는 놈은 네 눈에 의지하였고 대상은 앞에 나타나는 대상을 미루어 말하는 것이니, 형상할 수 있는 것은 있는 것이고 형상할 수 없는 것은 없는 것이 되나니 이와 같은 의식의 인연이 무엇으로 인하여 생기 느냐? 의식은 움직이고 보는 놈은 맑아서 화(和)도 아니고 합(合)도 아니며 듣고 냄새 맡고 깨닫고 아는 것도 역시 마찬가지다. 그러니 의식의 인연이 좇아서 온 데가 없이 스스 로 생기지는 아니하니라. 만약 이 의식하는 마음이 본래 좇아온 데가 없다면 마땅히 알아야 한다. 확실하게 분 별하는 보고 듣고 깨닫고 알고 하는 것이 원만하고 고요하고 맑아서 그 성품이 좇아온 데가 없는 것이니, 저 허공과 흙, 물, 불, 바람을 겸하여 균등하게 일곱가지 원소라고 하 나니 성품이 참되고 원융하여 모두가 여래장이므로 본래 생기거나 없어짐이 없나니라. 아난아! 네 마음이 거칠고 허망해서 보고 듣고 밝음을 발하여 확실하게 아는 것이 본 래 여래장임을 알지 못하나니 너는 마땅히 이 여섯 가지 처소에서 의식하는 마음을 관찰 하여 보아라. 같으냐 다르냐 빈 것이냐 있는 것이냐? 아니면 같은 것도 아니고 다른 것도 아니더냐 빈 것도 아니고 있는 것도 아니더냐? 너는 일찌기 알지 못하는구나. 여래장 가운데 성품이 의식인 참다운 허공과 성품이 허공 인 참다운 의식은 오묘한 깨달음이 맑고 고요하여 우주에 두루해서 시방세계를 삼켰다 뱉었다 하는데 어찌 장소가 따로 있겠느냐? 업장을 따라 나타나는 것이거늘 세상 사람들 은 지혜가 없어서 인연과 그리고 자연의 성품으로 의혹하나니 이는 다 의식하는 마음으 로 분별하고 헤아림이니 다만 말로만 있을 뿐이지 실제 의미는 전연 없나니라.
[20] 허공이라는 원소
아난아! 허공의 성품은 형상이 없으므로 색깔로 인하여 나타나나니 이는 마치 시라벌성 처럼 강이 먼 곳에 모든 찰제리 종족과 그리고 바라문과 비사와 수타와 또는 바라타와 전다라 등이 편안히 살 곳을 새로 세우면서 우물을 파서 물을 구할 적에 흙을 한 자[尺]쯤 파내면 그 속에 한 자의 허공이 생기고 이와 같이 흙을 한 길[丈]쯤 파내면 그 속에 다시 한 길의 허공이 생기게 되어 허공의 얕고 깊음이 흙을 많이 파내고 적게 파내는 것에 따 라 생기나니 허공은 흙으로 인하여 생기느냐 파내는 도구로 인하여 생기느냐 까닭도 없이 저절로 생기느냐? 아난아! 만약 또 혀공이 까닭도 없이 저절로 생기는 것이라면 흙을 파내기 전에는 어 찌하여 걸림이 없지 아니해서 오직 아득한 대지(大地)만 보이고 멀리 통달하지 못하더냐? 만약 흙으로 인하여 생기는 것이라면 흙을 파낼 적에 응당 허공이 줄어들어감을 보아야 할 것인데 만약 흙이 먼저 나오는데도 허공이 줄어들지 않는다면 어떻게 허공이 흙으로 인하여 생긴다고 하겠느냐? 만약 나오거나 줄어들어감이 없다면 허공과 흙이 본래 다른 원인이 없을 것이니 다른 원인이 없으면 같은 것이거늘 그렇다면 흙이 나올 적에 허공은 어찌하여 나오지 않느냐? 만약 파내는 것으로 인하여 허공이 생긴다면 마땅히 파내는 데에 따라 허공이 생기는 것이므로 흙은 나오지 않아야 할 것이며 파내는 것으로 인하여 생기는 것이 아니라면 파냄으로해서 흙이 나오는 것이거늘 어찌하여 허공을 보게 되느냐? 너는 다시 세밀하고 자세하게 살피고 관찰하라. 파내는 도구는 사람의 손으로부터 방향 을 따라 움직이고 흙은 땅으로 인하여 옮겨지니 이와 같이 허공이 무엇으로 인하여 생기 느냐? 파내서 허공이 되게 함은 허(虛)와 실(實)이 서로 작용하지 못해서 화합함이 아니 니 응당 허공도 어느 곳으로부터 온 데가 없이 저절로 생긴 것이 아니니라. 만약 이 허공의 성품이 원만하고 두루하여 본래 요동하지 않는 것이라면 마땅히 알아야 한다. 앞에서 밝힌 흙, 물, 불, 바람과 보는 것, 의식, 그리고 허공과 함께 균등하게 일곱 가지 원소[七大]라고 하니 그 성품은 참되고 원융하여 모두가 여래장이므로 본래 나고 없어짐이 없나니라. 아난아! 너의 마음이 혼미해서 네 가지 원소가 본래 여래장임을 깨닫지 못하는구나. 허 공을 살펴 보아라. 나오느냐 들어 가느냐 나오고 들어가는 것이 아니냐? 너는 원래 알지 못하는구나. 여래장 가운데 성품이 허공인 참다운 깨달음과 성품이 깨 달음인 참다운 허공은 청정하고 본래 자연 그대로여서 우주에 두루하여 중생의 마음을 따라서 아는 바의 정도에 따라 응하느니라. 아난아! 만약 하나의 우물을 파서 공간이 생기 면 허공이 한 우물만치 생기는 것과 같아서 시방의 허공도 그와 같이 시방에 원만한 것 이거니 어찌 방향과 장소가 있겠느냐? 업장을 따라 나타나는 것이어늘 세상 사람들은 알 지 못하여 인연과 그리고 자연의 성품인양 의혹하나니 이는 모두가 의식하는 마음으로 분 별하고 헤아리기 때문이니 다만 말로만 있을 뿐이지 실제 의미가 전연 없는 것이니라.
[21] 아난이 게송으로 찬탄함
그때에 아난과 대중들이 부처님의 오묘한 가르치심을 받고서 몸과 마음이 환하게 열려 서 걸림이 없어지고 모든 대중들이 각각 스스로 마음이 시방에 가득함을 깨달아서 시방의 허공 보기를 마치 손에 가지고 있는 나뭇잎을 보듯하며, 모든 세상의 사물들이 모두 보리 의 오묘하고 밝은 원래의 마음임을 깨달았다. 그리고 마음의 정기가 두루하고 원만해서 시방을 둘러싸고 있어 부모가 낳아준 몸을 돌이켜 보되 이는 마치 저 시방의 허공 속에 나부끼는 한 작은 먼지가 있는 듯 없는 듯한 것과 같고, 마치 큰 바다에 떠가는 한조각 물거품이 생기고 없어짐이 좇아 온 데가 없는 것과 같은 것이라고 여겨 분명히 스스로 깨달아서 본래 오묘한 마음이 항상 머물러서 없 어지지 아니한다는 것을 증득하였다. 그래서 부처님께 예배하고 합장하여 일찍기 없었던 초유의 일을 얻고서는 여래의 앞에서 게송을 읊어 부처님을 찬탄하였다. 미묘하고 청정한 덕을 모두 지니신 흔들림이 없으신 세존께서는 수능엄왕으로서 세상 에 드문 존재이십니다. 저의 억겁 동안 뒤바뀌었던 허망한 생각을 없애 주셔서 아승지겁 을 거치지 않고서도 법신을 얻게 하였습니다. 지금 저희들도 성과(聖果)를 얻어 보왕(寶 王)이 되어서 이렇게 항하사 같이 많은 중생을 제도하고자 합니다. 이러한 깊은 마음으 로 티끌 같은 세계의 모든 부처님을 받들 것이오니 이것은 부처님의 은혜를 갚는 것이 라고 하겠습니다. 원하건대 세존께서는 증명하여 주소서. 맹세코 오탁(五濁)의 악세에 먼 저 들어가서 단 하나의 중생이라도 성불하지 못한다면 그들을 위하여 열반에 들지 않겠습 니다. 큰 자비와 큰 힘을 지니신 거룩하신 분이시여 다시금 저희들의 미세한 의혹을 없 애게 하사 저로 하여금 하루 바삐 위 없는 깨달음에 올라 시방 세계의 도량에 앉게 하여 주소서. 허공[舜若多]의 성품은 없앨 수 있을지언정 굳고 굳은 이 마음은 변함이 없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