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쟁사상(和諍思想)
화쟁 사상 하면 원효 스님이고 원효 스님 하면 화쟁 사상이다.
화쟁 논리의 근본은 금강삼매경론(金剛三昧經論)의 무이 이불수일(無二而不守一) 사상이다.
무이 이불수일은, 서로는 둘이 아니다. 그러나 하나만을 고집하지도 않는다는 뜻.
예를 들면, 사랑하는 남녀 두 사람은 이제 서로는 둘이 아니다. 또한 보살의 자비심에서 보면, 제 한 몸이 중생신이고 중생신이 바로 제 한 몸으로, 보살과 중생은 일심동체(一心同體)이다. 세계를 넓게 보면 한 생명체, 한 세포, 한 몸이라는 뜻이다.
그러나 반드시 한 몸, 한 테두리, 하나만을 고집하지도 않는다. 하나이면서 둘이고 둘이면서 하나이기 때문이다. 옛 사람은 이렇게 말하였다.
佛法門中 不守一法 불법 문중에는 한 법도 지킬 게 없으나,
불법문중 불수일법
佛事作法 不捨一法 불사 작법에서는 한 법도 버릴 게 없다.
불사작법 불사일법
깨달음의 입장에서는 지킬 법이 하나도 없으나, 수행 현장에서는 한 법도 버릴 게 없어 모두가 다 필요하다는 뜻.
원효 스님은 화쟁십문론(和諍十門論)에서 말한다.
“불도(佛道)는 넓게 툭 트여서 걸림이 없으니 테두리가 없다.
어디에 의지하는 바가 아주 없기 때문에 타당치 않는 게 없다.
따라서, 타 교의(敎義)란 것도 모두가 부처님의 교의인 것이다.
백가(百家)의 설이 옳지 않음이 없으며, 팔만 사천 법문이 모두 한 이치로 들어간다.”
“자기가 조금 들은 것으로 만족하여, 그 좁은 견해를 고집하는 사람이 있다.
다른 사람이 혹 자기 견해가 옳다고 하면 좋아하고 혹 그르다고 하면 싫어한다.
비유하자면, 마치 갈대 구멍으로 하늘을 보는 사람과 같다. 갈대 구멍으로 하늘을 본 사람만을 가리켜서, 하늘을 본 사람이라고 여기고, 그렇지 않은 사람은 하늘을 못 본 사람이라고 여기는 사람이다.”
의천(義天) 대각국사는 원효 스님의 업적을 평하되, 백가(百家)가 서로 다투는
단서(端緖)를 모아 화합하도록 한 분으로, 가장 공평하다는 평을 받았다, 라고 하였다.
종경록(宗鏡錄)에서 영명 연수(永明延壽) 스님은 말한다.
“원효 스님의 지혜가 환히 빛남은 마치 해와 달과 같다. 학식은 인천(人天)의 마음을 꿰뚫었고 정법을 온전히 깨달아 진여(眞如)의 밀밀한 뜻에 계합하였다. 스님은 과연 대오(大悟)하고 대철(大徹)한 분이시다.”
고려 숙종은 재위 6년(1101년)에, 원효 스님이 인도 중국 일본 등지에서 받들어 모시는 동방의 성인이신데, 시호가 없음을 애석하게 여기고 시호를 추증하여 화쟁국사로 모시도록하였다. 다음은 동문선(東文選, 권 50)에 실려있는 김부식(金富軾)의 화쟁 국사 영찬(和諍國師 影讚)이다.
恢恢一道 落洛其音 아주 넓으신 도에, 적재적소로 깨우치는 사자후여,
회회일도 낙락기음
機聞自異 大小淺深 듣는 사람마다, 대소심천 차별이 많은데도
기문자이 대소천심
如三舟月 如萬竅風 세척 배에서 보는 달이며, 잘 부는 바람과 같으며
여삼주월 여만규풍
至人大監 卽異而同 참마음 큰 거울에는, 다른 것도 하나로 통합니다
지인대감 즉이이동
瑜伽名相 方廣圓融 유가의 명상에 투철하심은, 방광 원융하셔라
유가명상 방광원융
自我觀之 無住不通 내면을 관하는 힘은, 통하지 못할 데가 없으시네
자아관지 무주불통
百川共海 萬像一天 냇물이 바다로 모이고, 만물이 하늘 아래 있듯이
백천공해 만상일천
廣矣大矣 莫得名焉 넓고 크셔라, 그 존함 무엇이라고 붙이기도 어렵네.
광의대의 막득명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