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람배치
사찰은 불교의 우주관과 수행관에 입각한 조형적 체계를 갖고 있다. 즉 일심의 세계를 다양하게 상징화해놓은 것이라 볼 수 있다.
사찰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구조물은 전각과 탑, 그리고 문이다. 우리나라 사찰의 경우 이들의 시대적 형성순서는 전각, 탑, 문... 순이다. 그러나, 인도에서 이미 서기전 2세기부터 건립되기 시작한 탑은 불상보다도 그 건립시기가 빠르다. 불상을 모신 전각(금당:불전)의 경우는 탑 이후에 형성되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불교도입 초기부터 탑의 건립이 성행하였다. 따라서 불교가 도입된 삼국시대는 자연 탑을 중심으로 가람배치가 이루어졌다. 고구려는 평양 청암리 절터에서 밝혀진 바와 같은 1탑 3금당 양식을 취하였고, 신라와 백제는 익산 미륵사 절터 등 몇 곳의 예외는 있지만 대개 남북 일직선 상에 문,탑,금당을 조성하는 단탑식 가람양식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신라말 구산선문이 성립되고 난 뒤 급격히 늘어난 산지가람에서는 간혹 탑을 조성하지 않는 경우가 있어서 탑 중심의 가람은 거의 사라졌다고 보는 것이다. 더욱이 고려시대에 들어와서는 토속신앙과 중국 도교의 영향으로 산신각과 칠성각, 명부전 등이 가람 안에 들어서게 되었다. 고려 이후 조선시대에는 완전히 금당 중신의 가람양식이 굳어지면서 탑이 절의 외곽지대로 밀려가거나 부속물로 세워졌다.
우리나라 가람배치에 있어서 문은 탑이나 전각보다 비중이 낮다. 특히 초기의 사찰에 있어서는 세개의 문이 모두 갖추어진 것은 아니었다. 신라말 구산선문 등 산지가람이 많이 생기면서 삼문배치가 이루어졌다. 사찰입구 일주문에서 불상이 안치되어 있는 불전에 이르기까지의 공간은 불교의 수행과정을 상징한다. 특히 원효의 <대승기신론(大乘起信論)>은 가람배치의 수행관적 근거를 제공해준다. 즉, 가람배치를 일심의 사각(四覺)으로 대입하는 것이다. 이를 공간별로 풀어보면-
일주문(一柱門)은 불계와 사바의 경계문이다. 일주문 밖은 사바세계다. 사바에서 일주문까지의 공간은 번뇌로 가득찬 불각(不覺)의 공간이다. 일주문은 참회와 결심, 실천의 상징물이다. 따라서 사바세계에서 일주문에 이르게 되면 전오식(前五識=殺盜淫,妄語,惡口,兩舌,綺語)의 허물을 참회하고 일심이 되어야 한다.
천왕문은 절의 대문으로, 사천왕이 지키는 사왕천(四王天)의 상징물이다. 일주문을 지나 천왕문(天王門)에 이르는 공간은 제6식(탐진치만의견 貪,嗔,癡,慢,疑,見)의 모순에서 벗어나 상사각(相似覺)을 이루는 공간이다.
천왕문에서 불이문(不二門)에 이르는 공간은 아치(我癡), 아견(我見), 아애(我愛), 아만(我慢) 등 제7식의 오류를 벗어나 수분각(隨分覺)을 이루는 공간이다.
불이문은 도리천 위에 존재하는 해탈의 세계가 열리는 문이다. 불이문에서 부처님이 있는 불전(대웅전)까지의 공간은 업전현(業,轉,現) 등 제8식이 남아있는 미세한 번뇌에서 해탈하여 구경각(究竟覺:佛覺)을 이루는 공간이다.
가람배치에서 가장 핵심을 이루는 탑과 불전(대웅전...)은 구경각 공간에 마련된다. 우리나라는 현8재 불전 중심의 가람배치가 많지만, 예로부터 사리신앙이 돈독했기 때문에 탑돌이 풍속 등 탑에 대한 숭배도 컸다. 역사적으로는 탑 중심의 가람이 불전 중심의 가람보다 앞선다. 따라서 가람배치는 탑을 중심으로 불전이 어떻게 배치되어 있느냐에 기준을 두고 있다. 즉, 탑이 불전과 일직선상에 놓여 있으면 일불일탑식 가람배치, 두개의 탑이 불전 앞 동서로 대칭하여 세워지면 일불쌍탑식 가람배치, 탑이 하나에 불전이 셋일 경우에는 삼불삼탑식(삼원삼탑식) 가람배치라 한다.
일불일탑식 가람은 탑이 신앙의 주대상이 될 때의 배치이며, 일불쌍탑식 가람은 불상이 신앙의 주대상이 될 때의 배치이다. 삼불삼탑식 가람은 특이한 예로서 익산 미륵사지 외에는 그 예가 흔치 않다. 현재 우리나라 가람배치는 탑과 불전 양자를 동시에 숭배하는 가람배치가 일반적이다.
앞서 말한 구경각의 공간은 성격상 크게 세가지로 나누어진다. 탑을 중심으로 한 탑원, 불상 등 불전을 중심으로 한 금당원, 승려들의 공간인 승원 등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이를 다시 세분하면- 탑원, 금당원. 승원 등이 함께 있는 복합형식과 탑이 있는 예배원과 승원의 복합형식, 그리고 탑이 없는 예배원과 승원의 복합형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