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일 : 10-11-28 18:41
좋은 시 (늙은 흔들의자)
 글쓴이 : 도일
조회 : 11,9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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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늙은 흔들의자

- 오정희

 

벗이여, 오늘은 저 가을볕처럼 시간 속으로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해 생각 해 보고 싶습니다.
 
우리 고향집에는 늙은 흔들의자가 하나 있습니다.
언제부터 그것이 그곳에 있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옛날 아버지는 그 흔들의자에 앉아서
 바깥을 바라보기 좋아하셨습니다.
 
요즘이야 흔해빠진 의자이지만
그때는 제법 귀한 물건이어서 우리들은 그 의자를
'아버지의 의자'라고 불렀습니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한동안은 누구도 그 의자에 앉지 않았습니다.
 
그러다가 어머니가 그 의자에 앉기 시작했습니다.
의자에 앉아 옛날 당신의 남편과 함께 심은
마당의 감나무를 바라보곤 했습니다.
 
의자도 어머니처럼 늙어 삐걱거리기 시작하였습니다.
그 어머니마저 돌아가시고 난 후,
다시 누구도 그 의자에 앉지 않았습니다.
 
의자는 너무 낡아 심하게 삐걱거렸을 뿐 아니라
젊은 우리는 너나없이 바쁘게 살아
의자에 앉아 한가하게
 마당의 감나무 따위나 바라볼 여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저 의자가 아직 저기에 있네.. 사람들마다
말은 그렇게 하였지만 차마 누구도 버리지는 못햇습니다.
 
그런데 언젠가 고향집에 함께 내려갔던 아내가 그 의자에 앉아
마당 쪽을 향하고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얼핏 그녀의 옆모습이 옛날 나의 어머니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어느 날 그녀와 나 둘 중 하나가 먼저 떠나고 나면,
누군가가 혼자서 또 저 의자에 앉아 있을까 하고 생각하였습니다.
 
인생은 그렇게 흘러가고
의자는 거기 그렇게 놓여있을 테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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